안면마비는 겉보기에는 전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발병 며칠 전부터 미묘한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전조증상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쉽지만,
미리 알아두면 질환을 조기에 인지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장 흔한 전조 중 하나는 귀 뒤쪽 통증입니다.
둔하게 뻐근하거나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 한쪽 귀 뒤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안면신경이 뇌에서 나와 귀 뒤를 지나는 부위에 염증이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혀의 앞쪽 3분의 2 부위, 특히 마비가 시작될 쪽의 미각이 둔해지거나
금속 맛, 쓴맛 등 평소와 다른 맛이 느껴지는 변화도 관찰됩니다.
또 한쪽 귀의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리거나 날카롭게 들리는 등 소리에 대한 과민성이 생기기도 하며,
눈이 뻑뻑하거나 눈물이 과도하게 흐르는 등 눈 주변의 불편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조증상 뒤에는 갑작스럽게 본격적인 초기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얼굴의 비대칭입니다.
거울을 보면 한쪽 얼굴 근육이 처져 있고, 웃거나 말할 때
입꼬리가 한쪽으로만 올라가 표정이 비뚤어진 듯 보입니다.
마비된 쪽의 이마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주름이 잡히지 않으며,
눈을 감으려 해도 완전히 감기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때 힘을 주면 눈동자가 위로 말려 올라가는 ‘벨 현상(Bell’s phenomenon)’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눈이 건조하거나 반대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불편함이 동반됩니다.
또한 마비 쪽 입 근육에 힘이 없어 음식이나
물을 씹고 삼키기가 힘들어지고, 종종 침이나 음료가 흘러내리기도 합니다.
이런 불편감은 단순히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서,
질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발병 초기에 뇌졸중과의 구분이 중요합니다.
구안와사로 인한 안면마비는 얼굴 전체,
즉 이마와 눈, 입이 모두 마비되며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없습니다.
반면 뇌졸중에 의한 안면마비는 이마 근육이 비교적 보존되어
주름을 잡을 수 있지만, 눈과 입 주변의 마비가 나타납니다.
여기에 팔다리 마비, 발음 장애, 심한 두통 등이 동반된다면
뇌졸중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이처럼 안면마비는 발병 직전에 나타나는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조기 대응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