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성수동에서 배열증, 한열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 권고은입니다.
오늘은 진료실에서 자주 마주했던 한 환자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통증과 약물치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한의원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오랜 기간 통증으로 고생하시며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 중에 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지방에서 꾸준히 배열증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한 환자분께서 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물으셨습니다.
“선생님, 병원에서 받은 약을 보니까 플루옥세틴이라는 항우울제가 들어 있더라고요.
통증에도 쓴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고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어서요.”
이런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낯설지 않습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명확한 원인 진단 없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약물치료를 받다가 결국 한의원을 찾으십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왜 항우울제를 통증 치료에 사용하는 걸까요?
통증 치료에 왜 항우울제가 처방될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약물에는 리리카(프레가발린),
심발타(둘록세틴), 프로작(플루옥세틴) 등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신경과나 정신과에서 처방할 것 같은 약물이지만,
통증 치료에도 쓰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통증이 단순히 신체의 자극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와 뇌가 이 신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 리리카는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줄여 신경통을 완화합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말초신경병증 같은 경우에 자주 사용됩니다. - 심발타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막아 통증 신호를 줄이고
동시에 우울감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프로작은 주로 기분 조절에 사용되지만,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통증 억제에도 일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쉽게 말해 뇌가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필터’를 씌우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통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통증에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약물의 한계: 의존성과 내성

이 약물들은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의존성과 내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가도 점점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해지거나
약을 끊었을 때 금단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배열증과 같은 한열질환 환자분들에게는 효과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죠.
효과가 없는 데도 낫겠거니, 하고 오래 복용하다가
약을 끊는데 크게 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리리카와 심발타 같은 약물은 갑작스러운 중단 시
불안감이나 통증의 재발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천천히 용량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방식으로 중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배열증이나 한열질환처럼 몸의 내부 균형이 깨져서 발생하는 통증은
이러한 약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경과 화학적 변화만을 겨냥하기보다는 몸 전체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어떻게 볼까요?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단순히 특정 부위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로 이해합니다.
특히 배열증과 같은 한열질환은 몸속의 차가움(寒)과 뜨거움(熱)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이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둡니다.
침과 뜸, 한약 등을 통해 몸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신체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몸이 본래의 건강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 저희 치료의 핵심입니다.
약물은 도구일 뿐, 치료의 전부가 아닙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종종 말씀드립니다.
“약물은 잘 사용하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단순히 억누르는 데만 집중하면 근본적인 원인을 놓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혹시 원인 모를 통증이나 한열질환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몸 전체의 균형을 되찾는 치료법도 한 번쯤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곁에서 돕겠습니다.